서양 조경사 고대 조경의 특징

조경 양식은 기후와 역사, 종교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발전합니다. 특히 고대 조경의 경우에는 어떤 것을 신성시하고 숭배하냐에 따라 무엇을 중심으로 정원을 만들었는지가 달라집니다. 모든 조경 양식의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고대 조경인 만큼, 이번 글에서는 서양 조경사 중 고대 조경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고대 조경은 크게 고대 서부아시아, 고대 이집트,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고대 서부아시아(BC4500~BC300)

1.1 환경

고대 서부아시아는 티그리스강과 유프타레스강 지역으로, 이 지역은 기후차가 극심하고 강수량이 매우 적은 편이었습니다. 개방적 지형으로 외부와의 교섭이 빈번하여 정치, 화적의 색채가 복잡하였습니다. 불규칙적으로 강이 범람하여 땅은 황폐화되었고, 토지 이용도가 낮으며 대체적으로 피난처로 사용할 수 있는 언덕이나 높은 대지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녹음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아 수목을 신성시하였기에 높이 솟은 수목이 숭배와 약탈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1.2 건축적 특징

외부에 대해 폐쇄적이고 방어적인 편이었고 신정정치에 의한 지구라트, 바벨탑, 수메르인의 사원을 지었습니다. 지구라트란 신성한 나무 숲과 정상에 사원을 축조한 것으로 평원에 솟아 있는 인공산을 뜻합니다. 신들에게 거처를 제공한다는 의미와 함께 천체 관측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고대 서부아시아에는 햇볕에 말린 벽돌과 목재를 건축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고대 서부아시아의 주택은 중정을 갖는 평면 형식의 2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정을 중심으로 각 방을 배치하였고 먼지가 많고 바람이 강해 개구부는 모두 중정에 면하여 설치하였습니다.

1.3 고대 조경

고대 서부아시아는 수렵원, 공중정원, 그리고 파라다이스 가든이라는 결과물들을 남겼는데요. 수렵원(Hunting Park)의 어원은 짐승을 기르기 위해 울타리를 두른 숲이며 오늘날 공원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수렵원에서 숲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천연적 산림으로 수목을 신성시하며 안전지대로서의 역할을 하고 사냥터는 사람의 손이 가해진 인공적 수림의 수렵원을 뜻합니다. 수렵원에는 사냥터의 기록이 글이나 조각으로 남아 있는데, 사냥터 내 작은 언덕에 신전과 예배당을 설치하였고 이는 신에 대한 신앙이 강했음을 보여줍니다. 인공 언덕을 만들어 정상에 신전을 세우고, 언덕을 만들 때 생긴 저지대에 인공호수를 만들었으며, 언덕에 소나무, 사이프러스, 종려나무, 향나무 등 각종 수목을 식재하였습니다.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은 최초의 옥상정원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입니다. 기원전 600년 무렵 바빌론의 네브카드네자르 2세 왕이 산악지형이 많은 메디아 출신의 아미티스 왕비를 위해 축조했습니다. 피라미드형 노단층의 평평한 부분에 식재했고, 벽체의 벽돌은 아스팔트를 발라 굳혔습니다. 유프라테스 강에서 주로 관수를 하였는데, 각 노단마다 꽃과 나무를 식재하고 강물을 끌어다 저수지에 저장, 관수하였습니다. 지구라트형의 피라미드가 계단층을 이루고 각 노단의 외부를 회랑으로 둘렀으며 회랑 주변에 크고 작은 방과 욕실을 배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라다이스 가든은 페르시아의 지상 낙원으로 천국을 묘사했습니다. 가든에는 담으로 둘러싸인 방형공간에서 교차수로에 의한 사분원을 형성했고, 조로아스터교의 청결성의 영향으로 맑은 물이 있습니다. 카나드에 의해 급수하였으며 여러 종류의 과수재배 덕분에 수목이 풍성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대 조경 바빌론 공중정원

2. 고대 이집트(BC4000~BC500)

2.1 환경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 유역의 폐쇄적 지형으로 대체로 무덥고 건조한 사막기후입니다. 나일강의 정기적 범람이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예술 등에 큰 영향을 미쳤고 물의 이용에 따른 태양력, 기하학, 건축술, 천문학의 발달로 이어졌습니다. 고대 이집트 역시 고대 서부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시원한 녹음을 동경하여 수목을 신성시합니다. 수목원, 포도원, 채소원을 위한 관개시설이 발달하여 물이 이집트 정원의 주요한 요소가 됩니다. 종교는 다신교로 영혼불멸의 사후세계에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2.2 건축적 특징

예배신전, 장제신전 등의 신전 건축과 마스타바,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의 분묘건축이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신전에서는 열주가 있는 안뜰, 다주실, 성소로 이루어진 평면적 배치와 분묘구조에서 발생한 공간구조의 형식을 볼 수 있습니다. 분묘건축은 영혼불멸을 믿는 다신교의 종교적 배경으로부터 기인했고 분묘에서 나오는 동선과 나일강이 직교를 이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2.3 고대 조경

먼저 고대 이집트의 주택조경은 상류층의 주택정원으로 현존하는 유적은 없으나 무덤의 벽화로 추정합니다. 높은 울담의 사각 공간을 갖는 정형적인 형태로 구성되었고 입구에는 탑문을 설치합니다. 정원의 요소 및 재료를 대칭적으로 배치하는 균제미가 있으며 정원의 주요부에 연못을 조성하고 키오스크를 설치합니다. 울담의 내부에는 수분 공급이 쉬울 수 있도록 수목을 열식 식재하며 관목이나 화훼류 등은 화단이나 화분에 식재하여 원로에 배치합니다. 연못은 일반적으로 사각형, T자형의 정형적 형태로 규모가 클 때에는 침상지의 형태로 계단을 설치합니다. 연못에는 수생식물을 식재하고 어류나 물새를 사육하며 홍수 때는 나일강의 수위보다 높게 설치하도록 합니다.

신전정원은 강한 종교관에 따라 거대한 예배신전, 장제신전을 건설하고 주위에 신원을 설치하였습니다. 신원 (Shrine Garden)은 델 엘 바하리의 핫셉수트 여왕의 장제신전입니다. 고대 조경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정원 유적으로 꼽히며 태양신인 아몬 신전으로 건축가 센누트가 설계했습니다. 3개의 노단으로 구성하여 노단의 경계벽을 열주랑으로 장식하고 노단과 노단은 경사로로 연결했습니다. 핫셉수트 여왕의 공적과 외국에서 수목을 옮겨오는 내용을 새긴 펀트 보랑 부조가 있습니다.

사자의 정원은 분묘 정원으로 이집트인의 내세관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정원장의 관습으로 가옥이나 묘지 주변에 영혼의 휴식처를 의미하는 작은 정원을 설치합니다. 현세보다 내세를 추구하였고 분묘의 벽면에 내세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정원을 묘사하였으며, 수목 몇 그루, 작은 화단 및 연못 등 극히 좁은 면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외에도 파피루스는 이집트 하대의 상징식물로 주로 연못에 식재되었고, 식물의 꽃은 즐거움과 승리를 의미하여 신과 사자에게 바쳤습니다. 이집트 건축의 주두 장식에도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파피루스와 함께 이집트 정워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시카모어입니다. 시카모어는 고대 이집트의 대표적인 정원수로 녹음수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신성시하여 사자를 이 나무 그늘 아래 쉬게 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3. 고대 그리스(BC500~BC300)

3.1 환경

고대 그리스는 지중해의 반도 지형으로 연중 온화하고 쾌적한 기후를 가졌습니다. 험한 산맥이 많고 협소한 평야 등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독립된 도시가 발달하여 국가로 발전된 도시국가를 형성했습니다. 크레타문명, 미케네문명 등의 문명의 발상지이자 기후적 영향으로 공공조경이 발달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신과 인간이 비슷하다는 신인동격론의 의식을 가졌으며 신들의 거처를 숲으로 생각하여 신원, 성림 등의 숲을 조성했습니다.

3.2 건축적 특징

건축적 양식은 보여지는 형태미를 추구하고 장식적 양식의 변화를 거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기둥이 굵고 수직성을 강조하는 가장 오래된 양식인 도리아식을 추구하여 파르테논 신전이나 아테네 신전을 지었습니다. 점차 여성적인 경쾌함과 우아함을 특징으로 가진 이오니아식, 화려한 장식적 특징을 가진 코린트식으로 변했습니다. 건축물 대부분은 구성의 비례, 균제미, 채색, 명암 등을 중시하고 조화로운 자연미를 추구합니다. 광장과 신전, 주택지를 잘 배열시켜 최초의 계획적인 도시를 건설했고 장소가 지니는 특질의 표현이나 장소에 대한 이해가 탁월한 시대였습니다. 이는 경관조경에 있어 해박했음을 보여주며, 부지의 선택 능력이나 건물들을 주변의 자연환경과 조화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던 고대 조경입니다.

3.3 고대 조경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고대 조경은 공공조경과 도시조경, 그리고 아도니스원이 있습니다. 아도니스원은 아도니스를 추모하는 제사에서 유래했습니다. 푸른색 식물인 보리, 밀, 상추 등을 화분에 심어 아도니스상 주위에 놓고 아도니스를 추모했습니다. 부인들에 의해 가꾸어졌으며 후에 창가를 장식하는 포트가든이나 옥상가든으로 발전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는 민주사상의 발달로 고대 조경 최초로 개인의 정원보다 공공조경이 더욱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신분에 따라 주택 소유에 제한을 둠으로서 공공조경과 도시조경이라는 특성을 창조하였고, 조경이 정원 중심이 아닌 건물 중심 조경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아고라입니다. 아고라는 광장의 개념이 최초로 등장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시민들의 토론과 선거를 위한 장소이자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 기능도 있었으며 도시민의 경제생활과 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중심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스토아라는 회랑에 의해 경계를 형성했고 처음에는 아크로폴리스의 언덕 위에 있었으나 광장의 이용도가 높아져 낮은 지역으로 위치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의회당, 신전, 야외음악당으로 둘러싸인 중앙공간의 광장이자 녹음수와 분수로 장식하였습니다.

공공조경의 대표적인 경우인 성림은 수목 숲을 신성시하는, 신에 대한 숭배와 제사를 지내는 장소입니다. 처음부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추후 극장과 경기장으로 확대되었고, 제우스신전에서 4년마다 지낸 제사는 올림픽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과수보다는 녹음수를 위주로 식재하였으며, 특별한 수목인 떡갈나무와 올리브를 신들에게 바쳤습니다. 성림에는 델포이성림, 올림피아 성림 등이 있으며 이는 오디세이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카데미, 원형극장, 스타디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원을 가꾸는데 힘을 들이지 않고 도시 생활을 즐겼습니다. 아카데미란 아테네 근교 올리브나무숲 아카데모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플라톤이 세운 최초의 대학입니다. 아카데미의 경우 플라타너스 열식, 제단, 주랑, 벤치를 설치하였습니다. 김나지움은 본래 청년들의 체육 훈련 장소였으나 대중적인 정원으로 점차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고대 조경 그리스 아고라

4. 고대 로마(BC330)

4.1 환경

고대 로마는 지중해에 돌출한 반도로 온난한 기후이며 중, 북부에 비해 남부는 더운 기후였습니다. 티베르 강가의 구릉지에 최초의 도시 국가를 건설했고 법학, 의학, 과학, 토목기술 등이 발달합니다. 구조물을 자연경관보다 우세하게 처리하였고 농업과 원예가 발달하여 자연 그대로의 식물을 인공적으로 다듬어 여러가지 형태로 만든 토피어리를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또한 정원을 건축적 공간 중 하나로 인식하여 건축선의 축에 배치했습니다.

4.2 건축적 특징

부유계층의 호사생활이 별장의 건설을 유행시켜 별장정원이 발달합니다. 토목기술의 발달로 고가수로, 도로, 배수시설이 설치된 것이 도시의 발달로 전개되었습니다. 콘크리트가 생겨남에 따라 건축구조도 발달되었고 대규모의 시설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4.3 고대 조경

고대 조경에서 로마의 주택정원은 2개의 중정인 아트리움과 페리스틸리움, 그리고 1개의 후정인 지스터스, 3개의 공간이 축에 의해 구성되어 있고 뜰은 건축물에 둘러싸여있습니다. 대문에 들어서면 첫 번째 공지인 아트리움에 이르고 중문을 지나면 아름다운 정원인 페리스틸리움이 나타나며, 뒤뜰에는 과수와 채소를 가꾸는 지스터스가 있습니다. 지중해의 겨울은 온화하고 여름은 무더워서 구릉지에 별장주택인 빌라가 발달하였습니다. 또한 그리스, 헬레니즘, 에투리아, 이집트 등의 문화를 흡수하여 보편적인 문화 형태를 이루고 대지에 관심을 둔 농업과 취미인 원예가 발달하였습니다.

폼페이의 주택정원은 2개의 중정과 1개의 후원으로 구성된 내향적인 양식입니다. 아트리움은 제1중정으로 손님 접대나 상담을 하는 공적인 장소입니다. 사각형의 방들이 아트리움을 둘러싼 무열주 중정으로 바닥은 돌로 포장되어 있어 식물의 식재가 불가능하기에 분에 심어 장식합니다. 페리스틸리움은 제2중정입니다. 사적인 공간으로 가족을 위한 공간이나 놀이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합니다. 주위가 작은 방들과 접속되는 주랑에 둘러싸여 있고 아트리움보다 넓으며 바닥은 포장하지 않은 채 탁자와 의자를 배치했습니다. 화훼와 분수, 조각, 제단, 돌수반 등은 정형적으로 식재, 배치했습니다. 지스터스는 후원으로 규모가 큰 주택에 있으며 아트리움과 페리스틸리움 동일 축선 상에 배치합니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으로 이집트 스타일의 연못, 수로, 정자, 식사용 장의자를 설치합니다. 수로가 주축을 이루며 수로 좌우에 원로와 화단을 대칭적으로 배치했으며 군식 또는 5점 식재를 하였습니다.

빌라는 고대 조경에서 최초로 등장한 별장입니다. 빌라 (villa)는 전망이 양호한 구릉에 남동향으로 배치하고 경사는 램프로 처리하며 물이 중요한 조경 요소를 이루어 수로나 분천을 설치합니다. 자연 동경, 피서, 부의 과시 등을 바탕으로 발전하였으며 전원풍 별장과 도시풍 별장이 있습니다. 공공조경에 속한 포럼은 그리스의 아고라와 같은 개념의 대화장소입니다. 후세의 광장의 전신으로 도시계획에 의해 설치되었습니다. 교역의 기능은 떨어지고 공공의 집회 장소, 미술품 진열장 등의 역할을 하였고 점차 시민의 사교장, 오락장으로 발전했습니다. 일반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던 시장과는 다르게, 포럼은 지배계급의 장소로 노동자와 노예의 출입을 금하였습니다. 둘러싸인 건물군에 의해 일반광장, 시장광장, 그리고 황제광장으로 구분했습니다.

고대 조경을 다방면에서 살펴본 결과, 단순히 식물, 나무를 신성시했던 시대를 거쳐 사람이 중심이 되는 조경 양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공조경이 발달함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중시하기 보다는 타인과의 관계,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이 중심이 되어갑니다.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조경 양식을 살펴봄으로써 역사를 다시 한 번 깨우칠 수 있었고, 민주주의의 배경과 개념에 대해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고대 조경에 대해 알고 제가 느낀 점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목적이 함께 얽혀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현대에서는 자연과 조화하는 조경을 추구하는 반면 과거에는 인간의 권위와 지배력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수단이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정원을 갖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오늘날의 조경을 더욱 소중하게 느낄 수 있었던 포인트였어요. 글을 보시는 분들 모두 지금의 조경의 가치를 좀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네요.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