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과 인테리어 : 한국 조경과의 차이점?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편이라 저는 일본에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요. 일본 호텔에서 묵을 때면 유난히 방이 좁게 느껴지더라고요. 대체로 모든 호텔이나 료칸이 그런 편이라 찾아보니 일본은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과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과 인테리어에 대해 살펴보며 사례와 저의 경험을 비교해보고, 한국에서의 미니멀리즘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일본의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의 배경

일본의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은 와비사비(Wabi-sabi) 철학이 배경이 되었습니다. 와비사비는 불완전함과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철학으로, 완벽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요. 이러한 철학은 자연의 불규칙성과 단순함을 중시하며 이는 조경 디자인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와비사비는 최소한의 요소를 사용하되 그 속에서 자연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데 중점을 둡니다. 이는 현대의 미니멀리즘과도 연결되어 일본의 조경에서는 요소를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장식은 배제시킵니다. 공간을 최대한 비움으로써 자연을 돋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조경 기법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와비사비 외에도 일본의 조경에서 중요한 또 다른 개념은 차경입니다. 차경이란 외부의 경치를 빌린다는 의미인데요. 정원 안에서 외부 자연경관을 조경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기술입니다. 이는 일본 전통 건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내부 공간과 외부 자연의 경계를 흐리게 만듭니다. 이러한 기법은 조경이 단순한 외관의 장식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2. 일본의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의 특징

2.1 자연과의 조화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의 긴밀한 조화입니다. 조경이나 인테리어 디자인 모두 자연과의 연결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앞서 차경의 개념을 중시하는 것처럼 외부 자연 환경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여 일체감을 형성하려는 것이 특징입니다.

2.2 비움의 미학

일본의 미니멀리즘 조경은 비움이라는 미학을 강조합니다. 최소한의 물건만 두어 여백을 가지고, 그러한 여백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데요. 공간 자체를 통해 깊은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려 하는 것입니다.

2.3 자연 소재의 활용

일본의 인테리어는 나무, 돌, 대나무, 종이와 같은 자연 소재를 많이 활용하는데요. 나무로 만든 다다미 바닥이나 후스마 (일본식 미닫이문), 쇼지 (종이창)와 같은 전통적인 요소는 일본의 자연스러운 삶을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자연 소재는 공간의 질감을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고 외부와의 연결을 더욱 강조합니다.

2.4 균형과 비대칭성

일본의 조경은 균형과 비대칭을 매우 중시합니다. 앞서 언급한 와비사비 철학을 따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불완전함은 자연의 흐름을 더욱 강조하는데요. 자연의 무결함보다는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입니다.

2.5 공간의 다목적 활용

일본의 주거 공간은 다목적 활용을 중시합니다. 하나의 공간이 시간대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예를 들면 다다미 방은 낮에는 거실, 밤에는 침실로 변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 활용 방식은 작은 주택에서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3. 일본의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과 인테리어의 사례

일본 여행을 하면서 직접 보고 경험한 건축물을 토대로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과 인테리어의 사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여행을 갔을 때는 전통적인 건축 양식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공간에서도 앞서 말한 특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3.1 신주쿠 료칸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갔을 때 일본의 전통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어서 일부러 호텔을 료칸으로 예약했습니다. 알고보니 료칸 자체가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의 대표적인 사례였더라고요. 료칸의 외부는 유난히 정돈된 느낌을 주었고 자연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였습니다. 료칸의 입구에는 돌다리와 함께 물이 쏟아지는 물레방아도 함께 설치하여 자연의 요소를 강조하는 듯 했습니다. 키가 크고 작은 수목들을 각각 배치하기보다는 다양하게 섞어서 배열했더라고요. 돌다리를 구성하는 자갈과 돌의 모양 역시 각기 달라서 오히려 일정하지 않게, 비대칭적인 것들로 공간을 구성한 느낌을 저는 받았습니다. 돌다리의 경우 가레산스이 기법을 적용하여 물의 흐름을 상징하는 돌과 자갈로 자연의 움직임을 표현했는데요. 보이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 감상하는 저로서도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료칸으로 들어와보니 객실에는 다다미가 깔려 있었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단정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다다미 방에서는 자연 소재의 미니멀리즘이 주를 이루며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필수적이고 기능적인 것들만 존재합니다. 객실에서는 문과 창문을 통해 외부 정원의 모습을 자연스레 볼 수 있었습니다. 온천을 하고 온 뒤 더운 공기에서 문을 열었을 때 외부의 바람과 소리가 방으로 들어와서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또한 료칸의 실내 조명이 간접 조명이라 부드럽고 다뜻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최대한 밝기를 최소화하며 자연광과 어우러지는 방식이였습니다.

특히 도코노마 라는 벽감 공간은 일본 미니멀리즘 인테리어의 상징적인 요소입니다. 도코노마는 장식품이나 그림, 꽃 등을 간단하게 배치하는 공간으로 한 두가지 소품으로 공간을 꾸미되 절제된 아름다움을 나타냅니다. 이는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일본 미니멀리즘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가 묵은 료칸에서도 침대 위 벽에 아주 작은 그림과 테이블 위 작은 꽃이 다였습니다. 인테리어 요소가 작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러한 요소들이 더 강조되고 빛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3.2 교토 료안지

교토에 갔을 때 유명한 정원이 있다하여 간 곳이 바로 료안지 정원이였습니다. 들어가면 돌과 자갈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가레산스이 정원이였습니다. 이곳의 미니멀리즘 조경은 비워진 공간에서 의미를 찾도록 유도하는 철학적 접근이 반영되어 있었는데요. 정원에 총 15개의 돌이 있지만 이를 한번에 전부 보이지 않게 배치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 감춰진 돌을 상상하게 합니다. 저도 여행을 가기 전 찾아본 정보에 의해 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방문할 수 있었는데요. 돌을 찾는 재미가 있으면서도 돌이 하나가 보이지 않더라도 정원의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이것 또한 온전한 아름다움이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아서 여행 중 인상적인 장소로 남았어요.

료안지 정원 안에는 작은 사찰이 하나 있었는데, 사찰 역시 미니멀리즘이 강조되고 있었습니다. 다다미와 후스마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단순하면서도 절제된 장식이 눈에 띄였습니다. 정말 공간에 여백이 가득한 느낌이라 저는 좋았어요. 현대인들은 언제나 넘치는 생각과 일에 치여 살아가는 경우가 많고, 맥시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 더 욕심을 가지고 많은 것을 품으려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사람에 더 가까운 편인데요. 그래서 사찰에 들어갔을 때 오히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조명 역시 최소한으로 사용되어 자연광을 실내에서 은은하게 맞으며 생각에 잠겼을 때, 사찰이라는 실내가 아닌 그저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끄러운 도심과 반대되는 조경 공간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4. 일본과 한국의 미니멀리즘 조경 기법의 차이점

한국에서도 일본의 료칸처럼 전통 가옥이 있습니다. 다다미방처럼 바닥에서 잠을 자고 좌식으로 생활하며, 넓은 마루 위에서 바람을 온전히 즐길 수도 있어요. 제가 느낀 여러 차이점들을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4.1 재료와 감각의 차이

일본의 미니멀리즘 조경은 확실히 자연 재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나무, 대나무, 돌, 자갈, 물 등 자연 자체를 뜻하는 요소로 공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면 제가 경험한 한국은 자연보다는 실용성을 강조합니다. 일본이 자연 속에서 느끼는 평온을 강조했다면, 한국은 조상이 강조했던 미덕을 건축으로 승화하는 느낌이였어요. 공간을 얼마나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균형있게 배치하였는지 등을 중시하는 이유가 한국 자체가 중용과 균형을 이상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즉 일본은 의도적으로 비움을 추구하는 조경이라면, 한국은 필요한 것만 배치하는 것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실용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입니다.

4.2 외부와의 연결

일본의 미니멀리즘은 실내 공간과 외부 자연을 통합하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창문, 미닫이문, 정원과의 연결을 통해 실내외의 경계가 흐려지고 외부 자연의 요소가 인테리어의 일부분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는데요. 반면 한국의 전통 주거 공간은 중앙 정원을 둘러싸고 내부를 배치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주거와 자연의 연결이 좀 더 내부 중심적인 구조라 실내에서 자연을 느끼는 경우는 드뭅니다. 제가 한국 전통 가옥에서 지낼 때도 창문을 열 수 있는 만큼 활짝 열어야 자연이 보였고 큰 창을 만들어둔 방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더불어 정원이 집안의 중심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방안에서 보다는 가옥의 마루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아예 방에서 나와 마루에 있는 탁자 위에서 자연을 즐기며 밥을 먹었던 경험이 있어요.

일본을 갈 때마다 한국과 붙어 있는 나라인 만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서양에서는 보기 힘든 좌식 생활을 하는 것과 일본에는 료칸이 있는 것처럼 한국은 한옥이 있다는 점 때문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미니멀리즘 조경에 대해 살펴보니 겉은 비슷해도 추구하는 방향은 달랐고, 조경을 위주로 생각했을 때 일본이 더 자연과 가까이 하고자 하는 조경을 추구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저는 추구하는 방향의 사소한 차이가 조경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든 것 같아 조경에 대해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떠한 나라를 여행갈 때 조경에 대해 눈여겨 보고 한국과 비교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습득하고 배우는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주는 만큼, 저 역시 조경을 종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양한 조경을 알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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