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인프라스트럭처의 다양한 사례 : 한국과 싱가포르

저는 조경에 종사하면서 점점 자연을 생각하는 조경 기술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환경 보호와 관련된 조경 기술에 대한 글들을 많이 작성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도시 내에서 자연 생태계를 이용하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줄이는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도시화가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인 만큼 기술의 발전 과정과 활용 방법, 장단점, 그리고 다양한 사례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드릴께요.

1.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의 개념

그린 인프라스트럭처(Green Infrastructure)는 도시 및 지역 계획에서 자연적인 생태계를 이용하여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입니다. 빗물 관리, 공기 정화, 온도 조절 등의 방법으로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높입니다. 이러한 방법들에는 자연 자원을 이용하여 환경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려는 노력이 반영됨을 알 수 있는데요. 모든 환경이 도시가 되어버린 현재에서의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은 단순한 관리에서 나아가 환경과 인간의 조화를 중점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2.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의 발전 과정

그린 인프라스트럭처는 1990년대부터 본격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소규모 시범 사업에서 시작되었는데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차 글로벌하게 확대되었습니다.

특히 자연 기반 솔루션 (Nature based Solutions)이라는 개념과 결합하여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자연을 이용한 기술들이 건축 비용을 절감하고 생태계 복원을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있습니다.

3.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의 목표

자연 기반의 해결책을 중심으로 하여 전통적인 회색 인프라에 자연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는데요. 총 4가지의 목표를 기반으로 합니다. 강우로 인해 발생하는 빗물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거나 지하수로 보내도록 하여 빗물을 관리합니다. 이러한 관리를 통해 홍수나 침수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인데요. 공기를 정화시키고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녹지 공간이나 녹색 지붕을 통해 공기 중의 오염 물질을 흡수하고 다시 열섬 현상을 완화해 여름철 온도를 낮추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도심에서도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함으로써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려고 하고, 주민들에게 녹지와 공원이라는 공간의 제공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과 휴식을 느끼게하여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킵니다.

4.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의 적용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도시 환경에 적용됩니다. 저는 생활 반경 가까이에 있는 정원이나 숲을 보고도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인지 모르고 지나갔더라고요.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방식들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는 어떠한 기술이 있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4.1 녹지 지붕 (Green Roofs)

녹지 지붕은 건물의 지붕에 식물을 심어 빗물을 저장하고 단열 효과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이는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한으로 줄여주며 홍수를 예방하고, 공기를 정화하는데 기여합니다.

4.2 빗물 정원 (Rain Gardens)

빗물 정원은 주차장이나 도로 근처에 설치되어 빗물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정화하는 작은 정원들입니다. 빗물 정원 역시 홍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며 물의 순환도 원활하게 만들어줍니다.

4.3 녹색 벽 (Green Walls)

녹색 벽은 건물의 벽면에 식물을 심어 공기 정화 및 단열 효과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는 공기의 오염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4.4 도시숲 (Urban Forests)

도시숲은 도심 내 큰 나무와 녹지를 조성하여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합니다. 공기를 정화할 수 있고 시민들에게 녹지 공간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5.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의 장단점

기술의 장점으로는 가장 크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 오염을 줄이고 생태계를 복원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을 촉진합니다. 전통적인 인프라 대비 유지 관리 비용이 적고 에너지 절감 효과도 있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큰 편입니다. 기술의 적용으로 휴식과 여가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일종의 사회적 혜택을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으며 도시의 온도 상승, 홍수, 대기 오염 등의 문제에 대해 자연적인 해결책을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기후 변화에도 미리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치하는데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며 자연 생태계를 활용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혹여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그 효과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도심 지역은 대체적으로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할 공간이 부족하여 생각한 것만큼 높은 효과를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6.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의 다양한 사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도시와 국가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인 만큼 한국과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된 여러 사례들 소개해보려 합니다.

6.1 서울 도림천 하천 복원 사업

서울에 있는 도림천 생태하천은 2006년부터 추진되어 2010년에 1차적으로 복원이 되었고, 올해 2024년 2차 복원이 완료되었습니다. 오염되고 도시화로 인해 기능을 잃었는데 18년이라는 시간을 끝으로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천을 복원하는데 그린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이 적용되었는데요. 먼저 빗물이 자연스럽게 지하에 스며들도록 설계한 자연 침투 시스템을 통해 하천에 집중되는 빗물의 양을 줄이고 홍수의 위험을 완화했습니다. 하천 생태 복원을 통해 물고기와 같은 수중 생물을 살 수 있는 서식지를 조성했으며 하천 주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와 휴식 공간을 마련하여 도심 속에서 자연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얼마 전 도림천 하천에 우연히 방문했는데요. 제가 느낀 경험이 이 글을 쓴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처음 하천에 도착했을 때는 이제 막 복원이 끝난 하천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만큼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했고 깨끗해보였어요. 현수막에 쓰여진 복원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난 후에서야 하천 복원과 관련하여 찾아봤습니다. 실제 하천의 물에는 민물고기가 투명하게 보였고, 하천 기둥과 바닥면은 연두색, 노랑색 등 화려한 색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음향시설과 조명시설이 잘 되어 있어 자연 음향을 들으며 하천을 거닐 수 있었어요. 더불어 사람이 걷는 산책로 옆에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조성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녁 시간대에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부터 가족 단위까지 다양했습니다.

이후 하천에 대해 직접 찾아보면서 복원 사업과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사업이었지만, 끝내 좋은 결과물로 이어져 자연과 인간 모두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시화로 인한 각각의 문제점에 잘 대응하여 해결함과 동시에 앞으로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것까지 고려하였던 만큼 사람들의 이용률이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였습니다. 특히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시화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이러한 기술과 연계시켜 확장해나가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6.2 싱가포르의 공원 연결 네트워크

싱가포르는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의 발전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제가 싱가포르에 방문했을 때 어떤 나라보다 깨끗하고 녹지가 많다고 느껴졌는데요. 건물 곳곳에 식물이 대체로 많아 의아한 나머지 가이드님께 여쭤본적이 있습니다. 알고보니 싱가포르의 녹지율은 전체 면적의 47%로 어마어마한 수치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이와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먼저 City in a Garden 이라는 정책은 도시를 녹지 안에 둔다라는 의미인데요. 도시의 90%를 녹지로 만들겠다는 도시 계획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도 그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나무를 다시 심자는 정책입니다. 이는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와 연계되는 것으로 건물 외벽, 옥상 그리고 테라스 곳곳에 생태계를 조성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도시 내에 공원과 녹지를 연결하는 공원 연결 네트워크 (Park Connector Network)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여러 공원들과 녹지 공간을 연결하여 사람들이 도시 내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다닐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결은 사람들이 힘들게 자연을 느끼러 가야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만끽할 수 있고 삶의 일부분과 같은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자연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어줍니다.

7.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

앞에서 살펴본 사례들을 통해 그린 인프라스트럭처가 얼마나 도시의 환경과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한국과 같은 고밀도 도시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기술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기술 역시 시대의 발전에 발맞춰 여러 기술들과 결합한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그린 인프라스트럭처가 등장하여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도시의 효율성까지 개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저는 확연하게 기후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였지만 점차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현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극심한 추위를 느낀다거나 갑작스런 태풍 등도 그러한 현상 중 하나인데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기후 변화에 대비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 설계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린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해 아예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찰해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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